
일흔넷에 영세하신 어머니
성당에 들어서면 차마 민망해 고개를 들 수 없다 하신다
이유인즉
벌거벗은 예수님 때문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알몸으로 매달려 계신 저분
복근이 선명하다
무엇으로 단련된 몸일까
배고픔일까 외로움일까
아니면
블랙초콜릿 같은 고행일까
저 몸으로 이르기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하였으니
생명에 이르는 첫걸음을
낯선 남정네 벗은 몸 우러르는 일로
시작한 어머니
일부종사(一夫從事) 어머니는 진정
저분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경쾌하다. 시를 통해 세상의 단단한 복근을 가로지르는 시인의 행보가 봄날 꽃밭을 지나듯이 가볍다. 인생 한평생의 삶이 무겁다고 해서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자세로 “일부종사(一夫從事)?” 하며 무거워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때로는 배가 고프고 때로는 외로울수록 더더욱 단순해지고 가벼워질 수 있는 지혜. 인생의 역정(歷程)이든 종교에의 귀의(歸依)든 “생명에 이르는 첫걸음을/낯선 남정네 벗은 몸 우러르는 일로” 어머니의 진중한 삶의 한 형식을 가볍게 들어 올리는 화자의 통찰이 즐겁다. 만화방창(萬化方暢) 드디어 봄이다. 온종일 꽃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고, 부드러워진 흙을 사랑한다고 해도 어떤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봄날이다. 내일이면 나비며 벌들도 꽃을 찾아서 날아오를 것이다. 이 아침 여러분들의 하루 첫 발걸음도 이 시 '예수님의 six-pack'을 생각하며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가벼워지고 경쾌해지시기를….

/주병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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