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화면 터치 등 문제
학생은 원성…교사는 수업 중단
경기도교육청 “최소 기준 충족”
“활용법 못 찾아” 화살 돌리기도

28일 오전 고양시 한 초등학교 교실.
스마트기기에서 VR(Virtual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앱을 다운받아 수업을 진행하려던 교사 A씨는 느려터진 다운로드 속도에 결국 수업을 중단했다.
앱 하나 다운받는데 3시간 넘게 걸렸다. 교육도구로써 활용은커녕 단순 작업도 어렵다는 게 A 교사의 증언이다.
문제의 스마트기기는 최근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보급 받은 태블릿PC로, 국내 중소기업에서 출시한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평소 무선 인터넷 연결이 자주 끊기고 화면이 멈추는가 하면, 전용 펜으로도 화면 터치가 반 박자씩 느리게 작동해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평택시 또 다른 초등학교의 상황도 비슷했다. 올해 같은 모델의 태블릿PC 90대를 보급 받았으나 비슷한 시기 받은 대기업 제품에 비해 확연히 성능이 떨어져 교사와 학생들 사이 불만이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교사는 수업 진행을 위해 S사, L사 등 대기업 제품을 따로 구비해 이용했으나, 일부는 아예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보관했다. 기기를 재부팅 하면 한자로 명령어가 출력되고 인터페이스 조작조차 어렵자 활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사 B씨는 “잦은 고장에 고객센터를 찾으려 해도 대기업 A/S센터처럼 많지 않고 직접 방문도 불가해 제품을 수거해 택배를 보내야한다”며 “그마저 수리해도 금세 고장이 난다. 차라리 적은 수라도 고사양 제품을 보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미래교육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보급 중인 스마트기기가 정작 현장에선 낮은 사양과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은 지난 2021년 시작해 같은 해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생 등을 우선 보급 대상으로 정하고, 44만7000여대를 보급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을 우선해 36만2000여대를 보급하는 중이다.
해당 사업은 2021년 1818억원, 지난해 1429억원에 이어 올해 2715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으로 오는 2026년까지 전 학년 보급을 목표로 진행될 계획이다. 스마트기기 보급은 AI를 기반한 미래교육 실현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첫 단계다.
도교육청은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에서 판매하는 저가 제품이 주로 보급되며 되려 수업 진행조차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교육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현장에서 저사양 문제를 지적하는 건 알고 있지만, 실제 보급된 모델들을 비교해봤을 때 실질적으로 수치가 떨어지진 않는다”며 “사용하며 느끼는 속도 차이는 미묘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사양에 대한 최소 기준 가이드를 주고 있고 이를 충족한 기기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급된 기기의 활용이 적은 이유는 저사양뿐이 아닌 교사들이 교육에 적극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며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에 있고, 교육부에서도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적용하겠다고 해 앞으로 활용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영래·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