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섬들은 역사·문화 품은 보물섬"
▲ 김기룡 삼산고 교장은 인천섬 탐험과 연구를 통해 과학교육의 지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 교장이 자신이 중심이 돼 펴 낸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기룡 교장이 자신이 직접 촬영한 굴업도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교육은 살아있는 것" 19년전 교사들과 '섬탐사' 시작
2013년 '인천섬유산연구회' 조직 … 책·CD·앱 등 결실
해양교육 앞장 대통령표창도 … 시민과의 섬여행이 꿈

그는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탐험가'에 가깝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의 탐험지는 33개 유인섬과 135개의 무인섬을 합해 168개의 섬이 떠 있는 인천앞바다이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땅이기도 하다.

김기룡(60) 삼산고등학교 교장. 그가 펴 낸 <인천섬으로 떠나는 자연과 역사·문화산책>은 그렇게 몇 번이고 찾아가 만들어낸 자식과도 같은 책이다. 3권으로 엮은 이 책은 서해, 옹진, 중구, 강화의 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천의 섬은 저마다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 뿐만이 아닙니다. 소중한 역사문화적 유산들까지 품고 있지요."

그는 인천의 섬들을 '보물섬'이라고 말한다. 인류역사적 관점에서 보나 삶의 터전으로 보나, 관광문화적으로 보나 하나도 빠질 것이 없다는 얘기다. 소청도엔 8억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란 화석이 존재한다. 지구상 최초의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의 분비물로 만들어진 화석이다. 최초의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 생물의 기원이다. 대이작도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이 존재한다. 백령도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원생대인 10억년 전 퇴적암이 있는 곳은 백령도 뿐입니다. 국가지질공원 지정 논의가 활발한 것은 그런 가치 때문이죠."

이런 섬들은 하나같이 생명의 탄생, 인류의 기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섬에서 인천사람들은 역사를 만들고 문화를 일구며 수천 년을 살아왔다. 인천섬유산연구회장인 김 교장이 인천섬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84년 인천여고 지구과학교사로 처음 교편을 잡았습니다. 이후 제물포고, 인일여고, 인천과학고에서 지구과학교사로 근무했지요. 그 시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인천에서 배를 타고 인천섬에 가본 경험이 있는가, 갯벌에서 체험활동을 해본 적이 있는 지를 조사했는데 30%만의 학생들이 바다와 관련한 체험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래서 안 되겠다 싶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군요."

교육은 살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김 교장은 이후 교육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인천지역 중고과학교사는 물론,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서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9년전 부터 섬탐사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우선 교사가 먼저 현장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모임은 2013년 '인천섬유산연구회' 조직으로 이어졌다. 인천 섬의 자연은 물론, 역사·문화 유산에 관심 깊은 현직교사 10여명이 참여한 모임이었다. 인천섬유산연구회는 주말과 방학이면 어김없이 인천섬으로 떠나 섬의 속살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그렇게 탄생한 결실이 <백령, 대청, 소청도로 떠나는 자연과 역사·문화 산책>(2014), <옹진 섬으로 떠나는 자연과 역사·문화 산책>(2015)이다.

이 모임은 지난해 인천시가 공모한 '인천가치재창조' 선도사업에 선정돼 <인천섬으로 떠나는 자연과 역사·문화유산 기행>이라 체험활동 책자와 CD, 앱(incheonisland.kr)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인천섬으로 떠나는 자연과 역사·문화산책> 3권 1질을 펴내게 됐다.

"이 책은 인천에 사는 학생들, 그리고 섬에 소재한 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책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이해하고 섬에 사는 학생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살고 있는 섬에 간직한 소중한 자연과 역사·문화 유산을 이해해야 합니다. 섬에서 근무하시는 섬선생님들께서도 섬의 유산을 교육자료로 활용한다면 애향심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입니다."

이 책은 인천섬이 간직한 소중한 자연과 역사·문화유산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시민들에게 소개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인천섬을 찾아갈 잠재적 관광객이므로 섬주민들의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한때 '영종도해양탐구장'을 개설하는데 공을 세웠고, 강화도 장화리에 있는 '해양환경수련원' 역시 그의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다. 교육학박사인 김 교장은 2009년 '한국해양연구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해양교육에 관심 있는 회원들을 모았는데 400명 정도가 참여했습니다."

인천에서 펼친 해양교육을 확산시키고 저변확대를 위해 꾸려진 이 연구회는 독도탐방, 워크숍, 해양교육교재 개발 등의 해양교육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제16회 바다의 날에 '대통령표창'을 받은 것은 이같은 그의 땀과 노력, 열정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김공룡', '기드레곤'이란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학생들이 스스럼 없이 따르는 선생님이다. 김구라, 지상렬, 염경환도 그의 제자들이다. 김 교장의 제자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는 끝도 처음과 같이 한결같은 사람이 돼라는 얘기였다.

"남도 나와 같이 배려할 줄 아는 사람, 겉도 속도 같이 숨김없이 솔직한 사람이길 바랐습니다. 지금 현재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니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일기일회'와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모든 복이 온다는 '노력자 만복례'란 얘기도 해 주고 싶습니다."

천상 교육자인 그의 꿈은 시민들과 함께 섬을 투어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을 평생교육으로 확장시키고 싶은 거다.

"사람의 지문처럼 섬은 저마다 하나같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 섬의 특성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들과 함께 차별화된 섬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연평도는 평화의 섬체험, 교동도는 역사문화체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섬 사진, 지도, 책자가 넘쳐나는 그의 집무실이, 우리나라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보물섬처럼 느껴졌다.

/글 김진국·사진 이상훈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