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을 보물로 … 삭막한 땅에 문화 꽃피우다
▲ 이환 박사는 쓰레기매립지에서 향기로운 라벤더꽃과 멋진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있다. 그의 손이 닿으면 신기하게도 쓰레기들이 아름다운 생명을 피워낸다. 수도권매립지를 '어린이특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 박사가 작업실인 환경조형박물관에서 활짝 웃고 있다.
▲ 라벤더를 원료로 한 화장품 시제품.

수도권매립지 내 환경조형박물관서 '별난예술학교' 운영
"신재생 창의체험공간" … 고철·폐플라스틱으로 작품 발명

검은 뿔테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 열정적인 언행, 그리고 시원한 미소.

환경설치예술가 이환(66) 박사를 보면 누구라도 '아이디어 빅뱅크'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매립지에서 '환경조형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이 박사를 보는 어린이들의 눈엔 생각만 하면 무엇이든지 뚝딱 만들어내는 '부리부리박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환경조형박물관에서 '상상나라 별난체험 별난예술학교'를 운영하는 그의 손에선 언제나 기가 막힌 발명품이 탄생한다. 그의 주특기는 고물을 '보물'로 만드는 것이다. 고철이 최첨단 로봇으로 바뀌고, 폐플라스틱은 훌륭한 조각으로 부활한다. 수도권매립지에 있는 많은 조각상들이 그의 마법같은 손에서 예술작품으로 탄생한 것들이다. 환경조형재생가 이환 박사는 오늘도 삭막한 수도권매립지를 문화예술이 넘쳐나는 친환경공간으로 꽃피우고 있다.

"상상나라 별난학교는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고물을 멋진 조형물로 만들어가는 초록판타지 신재생 창의체험공간입니다."

그의 말처럼 환경조형박물관은 환경과 역사, 문화를 놀이예술 창의 체험을 통해 습득하는 곳이다. 아이들은 고물을 보물로 바꿔가는 과정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관심과 초록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다. 로봇 피카소 색칠놀이, 재생종이 로봇 종이접기, 신나는 별난가면, 별난 만화영화 극장, 창작마블링 놀이 등 이 박물관의 프로그램은 다채롭고 무궁무진하다. 그는 어떻게 수도권매립지에 박물관을 세울 생각을 한 것일까.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수도권매립지에서 녹색바이오단지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와서 2013년 들어오게 됐지요. 이후 수도권매립지를 아시안게임 테마공원으로 꾸미고,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겁니다."

우리나라 '재생예술인 1호'인 이 박사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제안에 따라 지난 2013년 이 곳에 들어왔다. 이후 인천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여러가지 조형물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프로그램을 교육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말하자면 SL공사가 부지를 제공하고 콘텐츠는 모두 자신의 것을 가져온 것이다.

이후 환경조형박물관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금까지도 인터넷 검색어나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박사가 이같은 열정을 꽃피울 수 있는 비결은 무엇보다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도 전국의 유수한 대학의 문화콘텐츠 전공 교수들과 함께 프랑스를 포함해 1만㎞를 여행하고 돌아온 그다.

"현지에 가서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의 생가를 비롯해 스토리텔링 유산을 돌아봤습니다. 유럽의 도시들은 예술과 문화와 도시가 하나라도 할만큼 감성이 도시자체와 잘 융합돼 있더군요."

그는 현재 외국에서의 공부를 수도권매립지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연구 중이다.

2015년 서울동화축제 예술 총감독, 한양대, 충북대, 건국대, 중앙대 예술대학원 강의, 2017서울동화축제위원장을 맡은 그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고구려벽화의 조형공간에 관한 연구, 국립공원오동도 브랜드특화사업연구,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기반의 관광서비스에 관한 연구 등 논문도 다수 집필했다. 그런 그의 꿈은 수도권매립지를 환경과 자연,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어린이특별시'로 만드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 지역만 해도 10만명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의 노인들을 위한 예산은 많아도 어린이들을 위한 예산은 0원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환경과 문화, 재생을 꿈 꾸며 함께 손 잡고 가겠습니다."

/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쓰레기 매립지서 '라벤더 재배' 성공

이환 박사 "척박한 땅에 잘 자라나서 신기"
뷰티 상품 원료로 공급 … 힐링공간 구상도

쓰레기매립지에서 보랏빛 '라벤더꽃'이 활짝 피어났다.

이환 박사가 최근 수도권매립지 땅에서 라벤더꽃 시험재배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박사는 3년 전부터 매립지에 라벤더를 재배해 일정 부분 수확을 거뒀다. 이 라벤더를 재료로 해서 한 화장품회사가 시제품까지 만들었다. 헤어, 바디샴퓨에서부터 로션 스킨까지 라벤더향 은은한 화장품이 매립지를 흥분시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다른 지역도 아닌 쓰레기매립지에서,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쉽지 않는 라벤더꽃을 피워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라벤더잎을 말려 헝겊주머니에 담고 다녔다.

"라벤더가 화장품 원료로는 최고인데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매립지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겁니다. 저도 신기합니다."

이 박사는 앞으로 매립지에서 피워낸 라벤더를 원료로 한 다양한 뷰티상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한 화장품업체가 관심을 표명했으며, 여기서 나오는 화장품은 비누와 향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벤더로 생산한 제품은 홍보 판촉물로 우선 사용할 수 있구요. 나아가 원예 뷰티브랜드로 대내외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그의 라벤더 재배성공은 수도권매립지의 이미지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순환의 환경이미지 개선사례이자 녹색성장산업 환경의 성공 기반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지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생산과 가공, 판매활동 등을 통해 이익을 분배하고 환원할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향장라벤더 체험캠프, 경관 라벤더 꽃축제, 원예단지 내 힐링공간 조성 등도 구상 중이다.

"여러 행사와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지역을 확대하고 연구해 향장산업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나가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희국 기자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