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닿는 데까지 '밑바닥 복지' 다리 놓고파"
▲ 인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천불교총연합회장 일초 스님은 "모든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착하고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먹고 자고 입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한 '밑바닥 복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작법무 가운데 나비춤을 추는 일초 스님.

32개 종단 불자 60만여명 선도…호국보훈의 달 인천수륙제 준비 분주
"의식주 어려움 겪는 이들 도울 것…종교계 '지역 일꾼' 육성 힘 모아야"

"개인적으로는 부처님이 오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땅의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이 오시거나, 예수님이 다시 부활하시거나, 공자님이 다시 환생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런 기다림의 공통점은 그들의 삶이 어렵고 힘들다는거죠. 특히 마음의 고통, 정신적 괴로움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을 기다리고 그분들께 기대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천의 32개 종단, 등록된 사찰만 620곳에 포교당 300여곳까지 900곳이 넘는 사찰에 60여만명의 불자가 속해있는 인천불교총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일초 스님(박치훈, 자원사 주지)은 "중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방법은 많은 선인들이 일러주셨어요. 예수님은 사랑을, 부처님은 자비를, 공자님은 인(仁)을 말씀하셨어요. 이걸 한 글자로 표현하면 '착할 선(善)'이에요. 착하게 살면 마음의 고통도 없고 정신적으로 방황할 이유도 없는데 착하게 살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절에 가서 부처님께 참회하고 기도하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회개하고 하나님께 매달리면서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을 갖다보면 착하게 되는 방법이 보이게 되죠"라며 모든 이들이 바른 삶을 살아가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초 스님은 불기 2562년인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난달 22일 봉축행사를 정점으로 사전행사격으로 5월 7~8일 이틀 동안 열린 '2018 인천시민을 위한 행복나눔 미추홀 연등축제'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는 18일 만월산 약사사 특설도량에서 열리는 '인천수륙재'를 앞장서 준비하느라 연초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미추홀연등축제는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시민과 불자 2만여명이 참여한 큰 행사에요. 인천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고 지역과 종교를 넘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한마당이죠. 불교의 장엄한 전통의식인 '수륙영산대재'부터 봉축법요식과 제등행렬에 7개 사찰 연합합창단의 무대도 있었지요. 준비하는데 신경 쓸게 많았지만 부처님의 가호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지요."

일초 스님은 지난 2010년 26대 회장에 취임한 뒤 인천불교총연합회를 사단법인화하여 인천의 종단, 사찰, 불자를 하나로 통합하는 등 인천불교 발전의 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다시 29대 회장에 오른 뒤에는 인천불교가 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뜻깊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제 마음 속에 항상 갖고 있는 화두인데 결국은 복지라고 생각해요. 먹고 자고 입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한 '밑바닥 복지'를 해보려고요. 그런데 불자 개인 또는 한두 군데 사찰 차원의 복지보다 인천불교총연합회가 앞장서면 십시일반이라고 조금씩 힘을 모을 수 있고 힘들어하는 대중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펼치기에 충분할 거예요. 그런데 '밑바닥 복지'를 구상하고 계획하고 준비하는데만 1년이 넘게 걸렸어요. 올 연말이면 제 임기가 끝나는데 가능하면 제가 마무리를 해서 '밑바닥 복지'의 다리를 연결하고 싶어요."

일초 스님은 인천에 대한 강한 애착과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천에 토박이가 적고 실향민이나 다른 지역 출신들이 많이 살지만 현재 사는 곳인 인천을 사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도 서울이 고향이지만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현재 주소를 두고 있는 곳이 인천이면 인천사람이고, 인천을 사랑해야 스스로 자긍심을 안고 살게 되고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을 수 있게 되지요."

인천시 무형문화재인 범패와 작법무와 '인천수륙재'의 예능보유자인 일초 스님은 해마다 6월이면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위로하는 인천수륙재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작법무는 모든 불교행사에 보여지는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 스님들이 신심을 바탕으로 해탈을 표현하는 스님춤이지요. 범패는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작법무를 위한 소리예요. 수륙재는 예로부터 나라에 흉년이 들거나 가뭄, 폭우, 태풍 등으로 백성이 어려울 때 왕이 민심을 달래고 돌아가신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였지요. 인천수륙재는 고려 때 몽골의 침략으로 임금이 강화로 피난 갔을 때 전등사에서 열렸는데 민속의식과 어민들을 위한 풍어의식이 가미되어 있는 특색이 있지요. 그래서 의식 중 회심곡 소리와 가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서민들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기리는 간절한 음절이 담겨있지요."

일초 스님은 바쁜 와중에도 지난달 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성지순례와 함께 그곳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한 위문품도 전달하고 돌아왔다. 일곱 살 때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절에 들어온 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정진하는 삶을 살아온 스님은 종교와 성직자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 물음'의 실마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기운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국내적으로는 지방선거가 며칠 안 남았고 대외적으로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는 중대한 시기지요. 이럴 때 종교계가 '내 식구 만들기 식'의 선교와 포교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방의 일꾼, 나라의 동량(棟樑)을 키우는데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모든 종교인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인천불교총연합회가 걸어온 길] '70여년 역사' 전국 최초 불교연합회

1947년 조상일 스님 시작으로 일초 스님까지 맥 이어와

인천불교총연합회는 1947년 8월 인천 중구 능인교당에서 전국 최초 불교연합회인 '고려불교연합회'로 발족했다. 이 자리에는 불교계 원로 능인교당 주지 조상일, 원관사 주지 전세봉, 해광사 주지 한능해, 황덕사 주지 엄천봉, 용운사 주지 유해운, 용현사 주지 최영근, 묘향사 주지 홍현록 등 원로 스님들이 자리했다.

1947년 10월 조상일 스님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했으며 1949년 8월 2대 회장으로 선출된 유한섭 스님이 3대 회장까지 연임했다. 이후 1955년 6월 제4대 회장에 선출된 유한섭 스님은 '고려불교회'를 '인천불교회'로 개칭하고 5, 6, 7대 회장을 역임했다. 제8대 회장은 유해운 스님이 맡았다.

수도사 주지 김혜운 스님은 1973년 8월 제9대 회장으로 당선됐으며 이때 이름을 '인천불교연합회'로 개칭했다. 김혜운 스님은 이후 10~13대와 15대 회장을 역임했다.

16대 회장은 정대은 스님, 17대 회장은 정법륜 스님이 피선됐으며 1993년 김무찰 스님이 18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1996년 흥륜사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도해 스님이 제20대 연합회장을 맡게 됐으며 1998년 5월 각 구 불교연합회가 창립됐다.

1998년 주선응 스님이 21대 회장으로 추대됐고, '인천불교총연합회'로 개정했다. 2000년 다시 김혜운 스님이 22, 23대 회장으로 추대됐으며 그 뒤를 이어 24대에 정대은 스님, 25대에 정대은 스님과 법명사 선일 스님이 두 개의 연합회로 운영됐으며, 26대 회장 일초 스님이 두 단체의 회장선거에 출마하여 당선 되면서 연합회를 하나의 단체인 '인천불교총연합회'로 통합하여 사단법인화 했다.

27대, 28대 회장에 수미정사 석종연 스님은 '미추홀 연등축제'를 개최했다. 2016년 11월 제29대 회장에 일초 스님이 당선되어 현재까지 인천불교총연합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