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의사결정, 인천항을 좌우합니다

[고기태 반부패청렴TF팀 주임]
중장기적 아이디어로 혁신성장 꿈꿔

[인동건 여객터미널사업팀 대리]
불필요한 업무절차 없애 적기 노려야

[박재형 항만개발실 대리]
경영진에 바로 대변해주는 역할 강조

젊은이들은 마냥 어리지 않았다. 새로운 생각, 거침없는 발언, 능숙한 업무 처리,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그들의 무기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작년 12월 과장급 이하 젊은 직원을 모아 '청년이사회'를 만들었다. 조직 보스가 부하에게 지시 내리듯 쏟아내는 하향식 의사결정구조는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청년이사회는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를 지향한다.

14일 오전 청년이사회에서 활동하는 고기태(30) 반부패청렴TF팀 주임, 인동건(32) 여객터미널사업팀 대리, 박재형(33) 항만개발실 대리를 만났다. 강기철(35) 기획조정실 주임은 이들을 옆에서 든든하게 돕는 선배다. 이들에게 청년이사회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들러리가 아닌 '진짜 이사회' 지향

젊은 세대의 의견을 듣는 제도는 한 때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대부분 구색 갖추기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IPA 청년이사회는 다르다. 청년이사회 구성원들은 IPA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개최하는 회의 '핫 이슈 콘퍼런스(HIC)'에 참여한다. 민감한 이슈인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조성과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 및 공급에도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청년이사회는 주요 임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의견을 내고 있어요. 청년 직원들의 대변자 역할도 하고요. 이사회는 모두 지원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모든 결정사항이 대외비라 모두 밝힐 순 없지만, 인천항과 IPA의 미래사업에 대한 민감한 이슈를 다룬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수익 증대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청년이사회를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받아보려고 합니다." (강기철)

이사회 조직도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라는 취지에 따랐다. 올해 입사 4년차로 이사회 구성원 중 막내에 속하는 고기태 주임이 의장을 맡아 이사회를 이끈다. 인동건·박재형 대리는 입사 7년차로 실무경험을 쌓았다. 이날 만난 3명뿐만 아니라 전체 이사회 구성원 6명 대부분이 실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야망가·천사·유쾌한 동료 … 각양각색 청년이사회

동료들은 농담 삼아 고 주임을 '야망가'라고 부른다. 연차는 낮지만 운영본부와 경영본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업무에 대한 의욕도 넘친다. 회사 내에서도 고 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부산 출신으로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와 지금은 인천 송도에 터를 잡고 있다.

인동건 대리는 16일 결혼을 앞둔 새신랑이다. 묵묵히 자기 일을 맡으면서도 다른 팀의 업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천사'라고 한다. 7년간 근무하면서 화낸 적이 없을 정도로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다. 서울에 살면서 인천으로 출퇴근한다.

박재형 대리는 IPA 자전거 동호회 총무이자 축구 동호회 구성원으로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 지난 2017년에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와 자전거를 함께 타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광주 출신으로 인하대를 나왔다.

그들에게 IPA는 꿈을 펼치는 공간이자 즐거운 일터였다.
고 주임은 "공부하며 인천이 국제관계의 중심이라는 내용을 많이 접했다. 인천항은 인천으로 들어오는 물동량의 97%가 들어오는 관문이자 중추적인 곳"이라며 "내 역할이 있을 것 같아 인턴을 시작으로 IPA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인 주임은 "금융을 전공하고 취업을 고민하면서 IPA를 알게 됐다. 생소한 분야지만 시장형 공기업이라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는 점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무관리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금융 전공을 살리는 업무도 맡아봤다"고 밝혔다.

박 주임은 "토목을 전공했는데 항만 건설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느꼈다"라며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IPA를 택했다. 입사해서 시공을 넘어 개발계획과 같은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청년이사회가 이끌어 갈 IPA

이날 만난 이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모습처럼 청년이사회가 나아갈 방향에도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 주임은 '야망가'라는 별명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이슈를 만들어서 발전시키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대통령께서 혁신성장을 많이 말씀하시는 데, IPA가 30년 50년 가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이사회가 중장기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사회와 공유하며 실행에 옮겼으면 합니다. 20년 뒤에도 청년이사회의 아이디어 때문에 IPA가 커나갔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인 대리는 실질적인 업무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PA는 설립한 지 14년째 되는 공기업이지만, 몇몇 제도와 업무 프로세스는 낡은 편이었다.
"업무 과정에 불필요한 절차들이 많아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혼자 프로세스를 개선하긴 쉽지 않죠. 절차와 제도를 바꾸고 회사문화를 개선하고 싶어요. 의사결정이 늦어지면 업무의 적기를 놓칠 수 있으니까요."

박 대리는 대변자 역할을 강조했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불필요하게 이뤄지는 행위는 직원에게 '스트레스'일 뿐이다. 직원들이 생각했던 것들을 경영진에게 전달할 필요도 있다.
"직원들이 경영진에게 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요.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역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만나 직원들이 생각했던 것들을 모아 건의할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IPA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큰 정책에서 개인적인 소망까지 각자 그리는 그림은 달랐지만, 인천항과 IPA를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같았다.

"연안부두 주차장 환경정리 업무를 맡았을 때, 현장을 지나가면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더 살기 좋은 인천을 만들고 인천항이 친환경적인 항만으로 거듭나도록, 항만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도록 노력하며 일하고 싶어요." (고기태)

"IPA의 업무 범위는 굉장히 넓어요. 항만, 배후단지, 화물, 여객 등 정말 다양하지요. 소소한 목표는 일에 질리거나 무기력하지 않게 즐겁게 일하는 것이고요. 큰 목표는 올해 크루즈터미널과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는데, 화물을 넘어 여객 비중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청년이사회가 단기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지고 IPA의 발전에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요." (인동건)

"건설본부는 서포트하는 부서라고 생각해요. 항만배후단지를 적기에 공급하고, 크루즈 터미널이나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발해야 IPA도 운영될 수 있지요. 이 회사가 잘 나아가도록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서포트하고 싶어요." (박재형)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