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요 1조4000억 시대 … 컨트롤타워가 없다
▲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가 18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경기도 교통환경과 나아갈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교통공사가 필요하다

땅 넓고 농촌·도시 공존해 교통구조 복잡
서울보다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 낮아
道 해당 부서만으로는 관리 어려워

-교통공사 나아갈 길은

기존 지방정부의 지하철 운송지원 탈피
버스 → 철도 → 택시순 … 대중교통 총괄
나아가 민원 취급하던 주차문제도 다뤄야

-이젠 공론화 나설 때

지역특성 강한데 비해 권한은 중앙정부가
광역생활권 단위 재편 후 재정지원 변화를
요금은 현실화하되 시민에 환급돼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꼽는 게 바로 '의식주'이다.

그러나 공자는 여기에 '행'을 붙여 '의식주행'이라고 말했다. 즉 의식주가 아무리 풍족해도 움직이지 못하면 감옥이라는 말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자가 말한 '행'을 교통으로 보고 있다.

교통은 이동, 연결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교통을 통해 이동하고 교류할 수 있는 틀을 완성했다.

유 교수는 '교통 없이는 문명사회가 굴러갈 수 없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교통은 육상. 해상, 하늘, 세 개의 대상이 있는데 세부적으로 이들의 대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획, 설계, 운영으로 구분된다. 유 교수는 교통 계획 분야가 주전공이다.

"학부 때 도시공학과를 전공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도시에 관심이 많아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했죠. 동네에서도 항상 가던 길 말고 새로운 골목길을 가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던 거죠. 또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관심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도시공학 쪽을 택했던 것 같아요. 특히 도시공학 중에서도 여러 전공이 있는데 교통을 전공했어요."

그는 경기지역 교통에 대해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경기지역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땅도 넓어 같은 예산을 투입해도 서울보다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그는 서울 중심의 교통을 벗어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나 철도 등 교통은 도시 형태를 규정해요. 즉 교통망 구축에 따라 도시 모양이 만들어지는 거죠. 경기지역은 서울을 중심으로 확장된 것이에요. 자연스레 서울을 중심으로 방사형 교통망이 형성됐죠. 이 때문에 여전히 서울 진·출입 중심으로 교통망을 짜고 있어요. 경기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셈이죠. 이는 아파트 분양 광고만 봐도 알 수가 있죠. 서울 강남권까지 몇 분 거리에 있다는 게 핵심이죠. 또 도시와 농촌이 있고, 31개 시군이 있다 보니 복잡해요."

결국 이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게 바로 경기교통공사 설립이다.

공사 설립을 통해 31개 시군 교통망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경기지역은 교통 수요가 가장 많아요. 그래서 경기도 대중교통부서는 기피부서에요. 일명 '대중고통과'라고 표현하죠.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만일 경기교통공사가 설립되면 버스, 철도, 트램 운영, 1조4000억원대의 교통카드 사용액 카드 정산 관리, 복지 택시, 공용버스 등을 총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시군 교통업무 담당자의 업무 과중을 덜 수 있고, 시군간 교통분쟁도 중재할 수 있는 거죠."

경기교통공사가 제 기능을 하려면 '교통수단'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교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방정부가 운영 중인 교통공사가 '철도'에 집중된 점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교통공사 하면 보통 철도를 떠올려요. 왜냐면 서울교통공사나 인천교통공사가 지하철 운송지원 업무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이들의 설립목적 자체가 지하철 운송지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기교통공사는 교통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처음부터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버스 업무를 먼저 하고, 철도업무, 더 나아가 택시 업무까지 포함하면 좋겠어요. 택시 업무를 맡기까지는 아직 이르지만 택시를 포함해야 육상 대중교통을 총괄한다고 볼 수 있죠."

더 나아가 그동안 공론화에서 벗어났던 주차 문제를 수면으로 올리고 교통공사가 총괄하는 방안도 제기했다.

"교통이 승용차 위주로 바뀌면서 주차 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여전히 논외로 취급받고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건설'을 중시한 영향이에요. 도로 건설, 철도 건설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운영 부분인 주차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죠. 두 번째로 주차라는 것을 교통계획 측면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민원사항으로 치부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제 주차 문제는 더는 미루기 어려운 과제에요. 전문가들이 나서서 주차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물론 어려운 점은 있죠. 도시에서 주차 문제는 단순한 게 아니고 여러 분야와 얽혀 있고, 민원과 직결된 탓에 의사결정권자들이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를 총괄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교통공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문제는 교통공사가 만능은 아니다. 지방정부가 가진 한계 탓이다. 특히 교통은 지역 특성이 강한데 요금 등 모든 면에서 지방정부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그는 중앙정부의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로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초지자체는 범위가 작은 탓에 광역지자체가 맞는다고 제언했다.

즉 교통만이라도 광역 생활권 단위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정지원 방식을 운송업체가 아니라 시민에게로 직접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요금 정상화와 정보 공개가 필수라고 한다. 시민이 내는 세금(요금도 세금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고, 매번 문제가 된 버스업체 '배 불리기'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은 공공성 때문에 대중교통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어요. 버스, 지하철도 국가 세금으로 지원하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재정 지원을 업체, 즉 운영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이에요. 이제는 시민(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요금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버스 요금 1350원을 1700원으로 올리자는 거에요. 현시점에서 300원 정도 인상하면 자체 운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대신 이용자에게는 계층별 할인제도나 환급제도를 이용해 혜택을 줘야 합니다. 요즘에는 이용자들이 대부분 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급도 쉽죠.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환급액이 많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환급할 이유가 없죠. 즉 요금이 올라도 실제 드는 비용은 현재와 비슷하게 되면서 재정지원 부분이 운영자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거죠."

특히 그는 교통 정책을 공론화해서 합의점을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중교통을 둘러싼 갈등 등은 그동안 곪아져 있던 문제들이 터진 것이라고 봤다.

"만약 80~90년대라고 하면 버스 산업이 잘되고 있는데 왜 새로운 걸 하냐고 할 텐데 지금은 세대에서는 택시, 버스도 그렇고 이대로면 망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대중교통에 IT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사업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업계 간 갈등, 지역 간 갈등을 지속해서 공론화해 협의를 이어가야 할 때입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